Eco

새벽, 문앞에 브로콜리가 무서웠어

@Teal.Han 2025. 11. 8. 23:41

   오늘은 내가 '불편하기로 마음먹은'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이제는 모두가 말한다. "운동과 식단은 건강의 기본이다." 나는 좀 일찍부터 '건강식'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금 처럼 사람들의 웰니스지성이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엔 다소 유별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돌아보니 그 시작에는 크게 두 줄기가 있었다. 먼저는 어린시절 엄마의 밥상머리 교육, 다음으로는 내가 무용수이던 20대 시절 '몸 관리'에 대한 사명감? 이다. 아침밥은 고등어구이나 멸치계란밥, 연습실엔 단호박을 항상 쪄 다녔고, 끝나고 저녁대신 먹을 간식을 고를 때도 성분표시를  확인했다. 종일 땀으로 다듬은 몸이 아까웠다. 그냥 그런게 좋기도 했고.. 
 
  그런식의 세월을 보내다 어느날 농부시장을 알게 되었고 유기농 친환경 자연농법으로 길러진 다양한 작물을 만나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콩 고추 가지 호박 들은 단지 채소가 아니었다. 농부들이 예고없는 자연과 수 개월의 밀당 끝에 얻어낸—생명, 그들의 삶, 그들의 이야기—였다. 게다가 토종종자라면 그 모습들이 또 얼마나 다채롭고 예쁜 지... 나는 그것들을 작물이 아닌 작품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상품이 아닌 작품을 사기위해 로켓배송을 끊고 농부시장을 다니게 되었다. 
   
   농부님들과 농사얘기 먹거리얘기 를 나누다 보니 그분들이 나를 자연과 연결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일 식탁에서 생명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식에 대한 가치관도 다시 정립 되었다—진짜 건강식은 기후climate 지역local 다양성diversity 과 함께할때. 내가 먹는 것들이 자라는 땅:토양, 그것을 지키는 책임도 갖고 싶어졌다. 터치 한번이면 새벽같이 문 앞에 도착한 브로콜리는 더이상 브로콜리가 아닌 것 같았고 건강을 위해 아보카도를 찾으면서 종이컵에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는 모습이 모순적이더라. 
 
   더 빨리 더 많이 를 외치는 자본의 논리는 자연의 시계위에 서 있는 농업에는 더 가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철학으로 작물을 길러내는 농부님들이 있다. 그들은 변화무쌍한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받아들인다. 편리성에 맞게 조작된 작물들이 좋을 리 없잖아? 그래서 유기농 친환경 자연농 이구나.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완벽하진 않지만 실천하는 한가지, 장바구니와 용기 여러번 씻어쓰는 지퍼백을 챙겨간다. 
  
   농부시장을 본격적으로 다닌지 3년, 농작품으로 한끼 예쁘게 담아 먹는게 매일의 즐거움이다. 내면적으로는 '자기효능감'이 솟구친달까? 이렇게 불편하기로 마음먹고 나는 삶이 더 편안해졌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더 가치있는 것들이 나를 채워주더라. 그래서 지금은 
 

편리함이 아닌 편안함을 느낀다.

 
 
  
 
 
 
 
👩🏻‍💻 굵게: 내가 지은단어